지금까지 45편을 오는 동안 "이것은 증명 없이 결과로 받습니다"라고 적고 넘어간 자리가 여럿 있었습니다. 가 무리수라는 것, 라는 것이 그랬습니다.
이 글은 그 자리들을 되짚습니다. 다만 목표는 증명을 쓰는 것이 아니라 읽는 것입니다. 남의 풀이를 펴 놓고 "여기서 왜 이 줄이 나왔지"에서 멈추지 않는 것이 여기서 얻을 것입니다. 새 계산은 없고 앞에서 이미 쓴 것들을 재료로 씁니다.
수학 문서의 여섯 낱말
증명이 있는 글은 문장마다 무게가 다르고, 그 무게를 알려 주는 것이 문장 앞에 붙는 낱말입니다.
| 낱말 | 무엇을 약속하나 |
|---|---|
| 정의 | 낱말의 뜻을 정하는 약속. 참·거짓을 따질 대상이 아닙니다 |
| 공리 | 증명 없이 참으로 받고 시작하는 출발점 |
| 명제 | 참임을 보인 문장 가운데 작은 것 |
| 보조정리 | 정리의 증명을 짧게 하려고 미리 떼어 증명해 두는 문장 |
| 정리 | 그 절이 목표로 삼은 큰 문장 |
| 따름정리 | 방금 증명한 정리에서 거의 바로 나오는 문장 |
보조정리와 따름정리는 크기가 아니라 자리가 이름을 정합니다 — 앞에 나와 재료가 되면 보조정리, 뒤에 나와 결과를 한 번 더 쓰면 따름정리입니다.
증명이 끝나는 자리에는 나 를 찍거나 Q.E.D. 라고 적습니다. "여기까지가 증명"이라는 표시일 뿐 다른 뜻은 없습니다.
한 문장에서 가정과 결론을 가른다
증명을 읽기 전에 할 일은 무엇을 주었고 무엇을 보여야 하는지를 가르는 것입니다.
모든 자연수 에 대하여, 이 3의 배수이면 도 3의 배수이다.
- 범위: 모든 자연수
- 가정: 이 3의 배수이다
- 결론: 이 3의 배수이다
가정과 결론을 잇는 "이면"을 기호로 라고 적습니다. 읽는 법은 9번 · 수식 기호 읽기에서 이미 정해 두었습니다.
" 라고 하자." 새로운 사실을 주장하는 문장이 아닙니다. 앞으로 부를 이름을 정하거나 가정을 무대에 올려놓는 문장입니다. " 인 정수 가 있다고 하자"는 아무것도 증명하지 않고 이름 만 세웁니다.
" 임을 보이면 충분하다." 이것은 목표를 바꾸는 문장입니다. 원래 보여야 할 것보다 쉬운 다른 것을 보이면 원래 것이 따라 나올 때 씁니다. 이 문장을 만나면 머릿속의 목표를 그 자리에서 갈아 끼워야 합니다.
역·이·대우 — 넷 가운데 둘만 함께 움직인다
하나에서 문장 셋이 더 만들어집니다.
| 이름 | 꼴 | 예 |
|---|---|---|
| 원 명제 | 이 4의 배수이면 은 짝수이다 | |
| 역 | 이 짝수이면 은 4의 배수이다 | |
| 이 | 이 4의 배수가 아니면 은 짝수가 아니다 | |
| 대우 | 이 홀수이면 은 4의 배수가 아니다 |
는 " 가 아니다"입니다. 위 넷 가운데 원 명제와 대우는 참이고, 역과 이는 거짓입니다 — 둘 다 반례가 으로 같습니다.
원 명제와 대우는 언제나 함께 참이거나 함께 거짓입니다. 같은 내용을 방향만 바꿔 적은 것이기 때문이고, 이 사실 하나가 뒤에 나올 대우 증명의 근거 전부입니다. 반대로 역과 이는 원 명제와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는 와 를 한꺼번에 적은 것이라 증명이 두 번 필요합니다.
반례 하나로 끝나는 문장과 그렇지 않은 문장
"모든 이다" 꼴은 어긋나는 것 하나만 찾으면 거짓이 됩니다. 그 하나를 반례라고 합니다. "모든 소수는 홀수이다"는 하나로 끝납니다.
"어떤 가 존재한다" 꼴은 다릅니다. 하나를 찾으면 참이 되고, 거짓임을 보이려면 전부 안 된다는 것을 보여야 합니다. 그래서 이 꼴은 반례로 깰 수 없습니다. 어느 쪽 꼴인지 먼저 보는 것이 증명을 읽을 때의 첫 갈림길입니다.
증명 뼈대 여섯
읽게 될 증명의 모양은 거의 여섯 안에 듭니다.
첫째, 직접 증명. 가정에서 출발해 결론까지 곧장 갑니다. 짝수 둘의 합이 짝수임을 보이려면 , 으로 놓고 이라고 적으면 끝입니다.
둘째, 대우 증명. 대신 를 보입니다. " 이 짝수이면 도 짝수이다"는 직접 하려면 막히는데, 대우 " 이 홀수이면 도 홀수이다"는 을 제곱해 로 곧 끝납니다.
셋째, 귀류법은 결론이 거짓이라 가정하고 모순을 만듭니다. 넷째, 경우 나누기는 빠짐없이 나눈 경우에서 각각 확인합니다. 다섯째, 수학적 귀납법은 첫 번째를 확인하고 하나가 되면 다음도 된다는 것을 보입니다. 여섯째, 구성적 증명은 "있다"를 보이려고 실제로 하나 만들어 보입니다.
뒤의 넷은 앞에서 결과만 받아 쓴 문장으로 하나씩 되짚습니다.
귀류법 — √2 는 무리수다
10번 · 수의 종류와 수직선에서 를 두 정수의 비로 적을 수 없다고 적고 증명은 여기로 미뤘습니다.
1단계. 보이려는 것의 반대를 가정합니다 — 가 유리수라고 하자. 그러면 정수 와 가 있어
2단계. 양변을 제곱하고 분모를 넘깁니다.
3단계. 양쪽을 소인수분해해 2가 몇 번 들어 있는지만 셉니다. 5번 · 약수와 배수·소인수분해에서 소인수분해는 순서를 빼면 한 가지뿐이라고 했으니 한 수에 든 2의 개수는 하나로 정해집니다.
4단계. 왼쪽 에 든 2의 개수는 에 든 개수의 두 배라 짝수입니다. 오른쪽 은 에 든 짝수 개에 2가 하나 더 붙으니 홀수입니다.
5단계. 그런데 과 은 같은 수입니다. 한 수에 든 2의 개수가 짝수이면서 홀수라고 나왔으니 소인수분해가 한 가지뿐이라는 성질에 어긋납니다. 어긋난 곳은 계산이 아니라 1단계의 가정이므로 는 유리수가 아닙니다.
경우 나누기 — |a+b| ≤ |a|+|b|
17번 · 부등식과 부호에서 이름만 적고 지나간 삼각부등식을 부호로 경우를 나눠 봅니다.
경우 1 — 둘 다 0 이상. 로 등호입니다.
경우 2 — 둘 다 0 이하. 도 0 이하라 로 역시 등호입니다.
경우 3 — 부호가 서로 다르다. 일반성을 잃지 않고 라고 하자. 가 음수이므로 이고, 가 0 이상이므로 입니다. 즉 는 수직선에서 와 사이에 있습니다. 0에서 그 두 끝까지의 거리가 각각 와 이므로 는 큰 쪽을 넘지 못하고, 큰 쪽은 다시 합 를 넘지 못합니다.
세 경우가 모든 부호 조합을 덮었으므로 증명이 끝납니다. 등호는 두 수의 부호가 같을 때만 성립합니다.
수학적 귀납법 — 1+2+⋯+n = n(n+1)/2
27번 · 시그마 표기와 수열에서 앞뒤로 짝지어 얻은 공식입니다. 같은 것을 다른 뼈대로 다시 세웁니다.
출발. 일 때 좌변은 , 우변은 이라 참입니다.
이음. 에서 참이라고 하자. 즉 입니다. 양변에 을 더합니다.
오른쪽을 로 묶습니다.
이것은 원래 공식의 자리에 을 넣은 꼴입니다. 출발이 되고 이음이 되므로 모든 자연수에서 참입니다.
구성적 증명 — 등비급수의 합
29번 · 등비급수의 이 어디서 왔는지를 봅니다. 첫째항이 1인 부분합을 놓고
양변에 을 곱합니다.
두 줄을 빼면 가운데 항이 전부 지워집니다.
이면 이 커질 때 이 0으로 가므로 부분합의 극한이 입니다. 존재를 주장만 한 것이 아니라 식을 손에 쥐여 준 것이 구성적 증명입니다.
관용구 넷
자주 나오지만 아무도 설명해 주지 않는 말이 넷 있습니다.
| 관용구 | 뜻 |
|---|---|
| 일반성을 잃지 않고 | 남은 경우가 이름만 바꾼 것이라 하나만 보이면 나머지도 같다 |
| 충분히 큰 에 대하여 | 어떤 부터는 성립한다. 작은 몇 개는 예외여도 괜찮다 |
| 어떤 상수 가 존재하여 | 그런 가 있다는 것만 쓰고 값이 얼마인지는 밝히지 않는다 |
| 자명하게 | 쓴 사람에게 자명하다는 뜻이다. 막혀도 읽는 사람 탓이 아니다 |
긴 증명은 끝에서 거꾸로 읽는다
한 쪽을 넘는 증명을 첫 줄부터 읽으면 "이 줄이 왜 필요한가"를 알 수 없어 금방 지칩니다. 마지막 줄부터 읽는 편이 낫습니다. 결론을 확인하고 바로 위 줄을 보며 "이것이 있으면 결론이 나오는가"를 묻습니다. 그렇다면 그 줄이 새 목표가 되고 다시 그 위로 올라갑니다. 이미 아는 자리에 닿으면 방향을 돌려 내려옵니다. 그러면 뜬금없어 보이던 줄들이 전부 "무엇을 위해" 있는지 붙어서 보입니다.
연습 문제
연습 1 — 문서를 읽어 내기
어떤 절이 "보조정리 3"으로 시작해 "정리 4"로 끝납니다. 보조정리 3이 그 자리에 있는 까닭을 한 줄로 적으세요.
정리 4의 증명에서 쓸 재료를 미리 떼어 증명해 둔 것입니다. 정리보다 앞이 보조정리의 자리입니다."모든 정수 에 대하여, 이 6의 배수이면 은 3의 배수이다"에서 범위·가정·결론을 각각 적으세요.
범위는 모든 정수 , 가정은 이 6의 배수이다, 결론은 이 3의 배수이다." 라고 하자"와 " 임을 보이면 충분하다"가 증명 안에서 하는 일을 각각 한 줄로 적으세요.
앞은 조건을 무대에 올려 전제로 삼는 문장이고, 뒤는 지금까지의 목표를 로 갈아 끼우는 문장입니다.
연습 2 — 역·이·대우와 반례
" 이 9의 배수이면 은 3의 배수이다"의 역·이·대우를 각각 문장으로 적으세요.
역은 " 이 3의 배수이면 은 9의 배수이다", 이는 " 이 9의 배수가 아니면 은 3의 배수가 아니다", 대우는 " 이 3의 배수가 아니면 은 9의 배수가 아니다"입니다.1번의 네 문장(원 명제 포함) 각각의 참·거짓을 가르고, 거짓인 것에는 반례를 하나씩 드세요.
원 명제와 대우는 참입니다. 역과 이는 거짓이고 반례가 둘 다 입니다 — 3의 배수지만 9의 배수가 아닙니다."모든 자연수는 두 소수의 합이다"와 "어떤 자연수는 두 소수의 합이다" 가운데 반례 하나로 거짓임을 보일 수 있는 쪽을 고르고, 그 반례를 드세요.
앞쪽입니다. 반례는 입니다 — 가장 작은 소수가 2라 두 소수의 합은 4보다 작을 수 없습니다. 뒤 문장은 하나로 이미 참이라 반례로 깰 수 없습니다.
연습 3 — 뼈대 고르기와 가짜 증명
" 이 3의 배수이면 도 3의 배수이다"를 대우 증명으로 보이려 합니다. 무엇을 가정하고 무엇을 보이면 되는지 적고, 그때 경우를 몇 가지로 나누어야 하는지도 답하세요.
이 3의 배수가 아니라고 가정하고 도 3의 배수가 아님을 보이면 됩니다. 3으로 나눈 나머지가 1인 경우와 2인 경우, 두 가지로 나눕니다.을 수학적 귀납법으로 보이세요.
일 때 좌변은 , 우변은 이라 참입니다. 에서 참이라 하면 이고, 양변에 다음 항 을 더하면 입니다. 이것이 자리에 을 넣은 꼴이므로 모든 자연수에서 참입니다.아래는 를 "증명"합니다. 틀린 줄을 번호로 답하고 왜 틀렸는지 한 줄로 적으세요. 시작은 인 0이 아닌 두 수입니다. ① ② ③ ④ ⑤ ⑥
④입니다. ③에서 ④로 갈 때 양변을 로 나눴는데 처음에 라고 했으므로 입니다. 0으로 나누는 것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나머지 줄은 옳습니다 — ⑥도 양변을 로 나누지만 이라 괜찮습니다.
정리
- 문서의 여섯 낱말이 문장의 무게와 자리를 알려 줍니다. 보조정리는 정리 앞, 따름정리는 정리 뒤입니다.
- 증명을 읽기 전에 범위·가정·결론을 가릅니다. "라고 하자"는 전제를 놓고, "보이면 충분하다"는 목표를 바꿉니다.
- 원 명제와 대우만 함께 움직입니다. 는 증명이 두 번 필요합니다.
- "모든" 꼴은 반례 하나로 끝나고, "어떤" 꼴은 반례로 깰 수 없습니다.
- 뼈대는 여섯입니다 — 직접·대우·귀류법·경우 나누기·귀납법·구성적. 는 귀류법으로, 삼각부등식은 경우 나누기로, 합 공식은 귀납법으로, 등비급수의 합은 구성적으로 되짚었습니다.
- 긴 증명은 마지막 줄부터 거꾸로 읽습니다.
다음 글은 지금까지 손으로 낸 답들이 얼마나 정확한가를 다룹니다 — 자릿수와 오차의 언어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