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책을 펴서 처음 막히는 자리는 대개 어려운 계산이 아닙니다. 훨씬 앞쪽, 아무도 설명해 주지 않고 지나가는 기호 하나입니다. 바로 = 입니다.
이 기호는 매일 코드에서 씁니다. 그래서 익숙하다고 생각하고 넘어가는데, 수학책의 = 는 코드의 = 와 하는 일이 다릅니다. 이 차이를 그냥 두면 나중에 유도 과정을 읽을 때마다 "그래서 여기서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라는 물음이 계속 생깁니다. 이 글이 답하려는 문제는 하나입니다. 수학에서 = 는 무엇을 뜻하는가.
x = x + 1 이 코드에서는 되고 수식에서는 안 되는 이유
다음 두 줄은 글자 하나 다르지 않습니다.
코드에서 x = x + 1 은 명령입니다. "오른쪽을 계산해서 그 값을 왼쪽 이름에 넣어라"라는 뜻이고, 이 명령에는 시간이 있습니다. 실행하기 전의 x 와 실행한 뒤의 x 가 다릅니다. x 가 3이었다면 실행 후에는 4가 됩니다.
수식에서 은 주장입니다. "왼쪽에 적은 것과 오른쪽에 적은 것이 같은 것을 가리킨다"라는 말이고, 여기에는 시간이 없습니다. 실행하기 전도 뒤도 없습니다. 그냥 그 문장이 참이냐 거짓이냐만 있습니다.
그리고 이 문장은 거짓입니다. 양쪽에서 를 빼면 이렇게 됩니다.
에 무엇을 넣어도 과 은 같아지지 않습니다. 즉 을 참으로 만드는 는 하나도 없습니다.
여기서 두 가지가 따라 나옵니다.
첫째, 수식의 = 는 좌우를 바꿔 적어도 뜻이 같습니다. 와 는 같은 말입니다. " 와 가 같은 것을 가리킨다"라는 주장이니까요. 코드에서는 a = b 와 b = a 가 전혀 다른 명령이고, 왼쪽에는 이름만 올 수 있어서 3 = x 라고 쓰면 아예 에러가 납니다. 수학에서는 라고 적어도 됩니다.
둘째, 수식의 = 는 '지금 계산해서 값을 내라'는 신호가 아닙니다. 를 "2와 3을 더해서 5를 만들어라"로 읽으면 절반만 읽은 것입니다. 그 문장은 " 이라고 적은 것과 라고 적은 것이 같은 수를 가리킨다"라는 주장입니다. 방향이 없습니다.
같은 = 를 세 갈래로 가려 읽는다
그런데 수학책의 = 가 전부 같은 무게를 갖는 것은 아닙니다. 세 갈래가 있고, 셋 다 똑같이 = 하나만 씁니다.
항등식은 어떤 값을 넣어도 참인 등식입니다.
에 0을 넣으면 왼쪽이 , 오른쪽이 . 1을 넣으면 왼쪽이 , 오른쪽이 . 5를 넣으면 양쪽 다 16. 무엇을 넣어도 갈리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런 식은 계산 도중에 아무 때나 한쪽을 다른 쪽으로 바꿔 적을 수 있습니다.
방정식은 특정한 값에서만 참인 등식입니다.
에 0을 넣으면 왼쪽 6, 오른쪽 14로 갈립니다. 1을 넣으면 8과 14로 갈립니다. 4를 넣을 때만 양쪽이 14로 맞습니다. 그러니까 이 등식은 "이런 가 있다"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조건을 적어 둔 것이고, 그 조건을 만족하는 를 찾는 일이 흔히 말하는 '방정식을 푼다'입니다. 그 절차 자체는 16번 · 일차방정식과 이항의 몫이고, 지금은 갈래를 알아보는 데까지만 갑니다.
정의는 새 이름을 붙이는 등식입니다.
여기서 = 는 " 라는 이름을 오른쪽 것에 붙이겠다"라는 약속입니다. 참인지 거짓인지 따질 것이 없습니다. 약속이니까요. 수학책이 " 를 다음과 같이 두자"라거나 " 라 하자"라고 말한 뒤에 등식을 적었다면 그것은 정의입니다.
셋을 가르는 질문은 하나입니다. "글자 자리에 아무 수나 넣어도 참인가?" 그렇다면 항등식, 특정한 값에서만 그렇다면 방정식입니다. 그리고 애초에 넣어 볼 것이 없이 이름을 붙이는 자리면 정의입니다. 기호가 셋을 구별해 주지 않으므로 앞뒤 문장을 보고 가려야 합니다.
등호 사슬 — 유도가 한 줄씩 이어지는 이유
수학책에서 이런 모양을 자주 봅니다.
등호가 두 번 나옵니다. 이것을 등호 사슬이라고 부르겠습니다. 사슬은 두 가지를 약속합니다.
하나, 이웃한 두 칸은 서로 같습니다. 과 이 같고, 과 가 같습니다.
둘, 그래서 맨 왼쪽과 맨 오른쪽도 같습니다. 입니다. 이것이 사슬을 쓰는 이유입니다. 처음 모양에서 마지막 모양으로 곧장 가기는 어렵지만, 한 번에 한 걸음씩이면 각 걸음이 맞는지 확인하기 쉽습니다.
여기서 조심할 것이 있습니다. 중간의 한 칸이 틀리면 사슬 전체가 무너집니다. 세 칸짜리 사슬에서 두 번째 칸이 잘못 적혔다면, 첫째와 둘째 사이도 틀리고 둘째와 셋째 사이도 틀립니다. 결론인 "맨 왼쪽 = 맨 오른쪽"도 보장되지 않습니다. 사슬이 길수록 이 위험은 커집니다.
그래서 사슬을 읽을 때 쓰는 확인 방법이 있습니다. 아무 숫자나 하나 넣어서 맨 왼쪽과 맨 오른쪽의 값을 비교하는 것입니다. 위 사슬에 을 넣어 봅니다.
- 맨 왼쪽:
- 맨 오른쪽:
같습니다. 을 넣으면 맨 왼쪽 , 맨 오른쪽 . 역시 같습니다. 이렇게 값이 맞으면 사슬을 일단 믿고 넘어갑니다. 값이 갈리면 어딘가 틀린 것이 확실합니다. 어느 줄에서 틀렸는지 짚어 고치는 요령은 3번 · 손으로 푸는 습관에서 따로 다룹니다. 여기서는 사슬이 무엇을 약속하는지까지만 알면 됩니다.
양변에 같은 것을 하면 등호가 유지된다
= 를 "양쪽이 같다"로 읽으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성질이 있습니다. 양팔저울이 균형을 이루고 있을 때, 양쪽 접시에 똑같은 무게를 얹으면 균형이 그대로입니다. 똑같은 무게를 덜어 내도 그대로입니다.
등식도 같습니다. 가 참이면 다음 넷도 참입니다.
- 양변에 같은 수를 더한 것 —
- 양변에서 같은 수를 뺀 것 —
- 양변에 같은 수를 곱한 것 —
- 양변을 같은 수로 나눈 것 — (단 0으로는 나눌 수 없습니다)
앞에서 의 양변에서 를 빼 을 얻은 것이 바로 이 성질을 쓴 것입니다. 그리고 이 넷이 방정식을 푸는 절차의 전부입니다. 그 절차로 굳히는 것은 16번 · 일차방정식과 이항의 몫이고, 지금은 **"양변에 똑같은 일을 하면 등호가 그대로"**라는 문장 하나만 챙겨 두면 됩니다.
손으로 해 봅니다
연습 1 — 세 갈래로 가르기
다음 열 줄이 항등식인지 방정식인지 정의인지 가르세요. 판단이 서지 않으면 글자 자리에 0과 1과 2를 차례로 넣어 보세요.
- 직사각형의 둘레를 라 할 때,
답. 1 항등식(0을 넣으면 0과 0, 1이면 2와 2, 2면 4와 4). 2 방정식(4일 때만 참). 3 정의( 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4 항등식. 5 방정식(4일 때만). 6 항등식. 7 방정식 — 다만 참이 되는 가 하나도 없습니다. 조건을 적어 둔 것은 맞지만 그 조건을 만족하는 수가 없는 경우이고, 이런 것도 방정식입니다. 8 정의. 9 방정식(3일 때만: 양쪽 다 12). 10 항등식.
연습 2 — 등호 사슬 확인하기
다음 사슬 다섯 개에 괄호 안의 숫자를 넣어, 맨 왼쪽과 맨 오른쪽의 값이 정말 같은지 확인하세요.
- ()
- ()
- ()
- ()
- ()
답.
- 맨 왼쪽 , 맨 오른쪽 . 같습니다.
- 맨 왼쪽 , 맨 오른쪽 . 같습니다.
- 맨 왼쪽 , 맨 오른쪽 . 같습니다.
- 맨 왼쪽 , 맨 오른쪽 . 같습니다.
- 맨 왼쪽 , 맨 오른쪽 . 갈립니다. 이 사슬은 어딘가 틀렸습니다. 숫자 하나로 그 사실이 확실해졌다는 것이 지금 얻은 전부이고, 어느 칸이 틀렸는지 짚어 고치는 것은 3번에서 합니다.
5번에서 보듯 값이 갈리면 틀린 것이 확실합니다. 반대로 값이 맞았다고 사슬이 맞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우연히 그 숫자에서만 맞았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숫자를 하나만 넣지 않고 0과 1과 2를 차례로 넣어 봅니다.
정리
- 코드의
=는 넣으라는 명령이고, 수식의=는 양쪽이 같다는 주장입니다. 그래서 은 코드에서는 매일 쓰는 줄이지만 수식으로는 참이 되는 가 없는 거짓 등식입니다. - 같은
=가 세 갈래로 쓰입니다 — 어떤 값에서도 참인 항등식, 특정한 값에서만 참인 방정식, 새 이름을 붙이는 정의. 기호가 알려 주지 않으니 문맥으로 갈라 읽습니다. - 등호 사슬은 이웃한 칸끼리 같다는 약속이고, 그 결과 맨 왼쪽과 맨 오른쪽이 같습니다. 중간 한 칸이 틀리면 전체가 무너집니다.
- 양변에 똑같은 일을 하면 등호는 유지됩니다.
이제 = 양쪽에 놓인 식 하나를 읽을 차례입니다. 는 14일까요, 20일까요. 다음 글이 기호 여럿이 한 식에 놓였을 때 무엇을 먼저 하는지를 정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