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MATH / 초급 1번

등호가 뜻하는 것: =는 넣으라는 명령이 아니다

코드의 =는 넣으라는 명령이지만 수식의 =는 양쪽이 같다는 주장입니다. 항등식·방정식·정의를 가려 읽고, 등호 사슬이 무엇을 약속하는지 손으로 확인합니다.

PALDYN Team37 MIN READ

수학책을 펴서 처음 막히는 자리는 대개 어려운 계산이 아닙니다. 훨씬 앞쪽, 아무도 설명해 주지 않고 지나가는 기호 하나입니다. 바로 = 입니다.

이 기호는 매일 코드에서 씁니다. 그래서 익숙하다고 생각하고 넘어가는데, 수학책의 = 는 코드의 = 와 하는 일이 다릅니다. 이 차이를 그냥 두면 나중에 유도 과정을 읽을 때마다 "그래서 여기서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라는 물음이 계속 생깁니다. 이 글이 답하려는 문제는 하나입니다. 수학에서 = 는 무엇을 뜻하는가.

명령과 주장

다음 두 줄은 글자 하나 다르지 않습니다.

코드의 등호와 수식의 등호

코드에서 x = x + 1 은 명령입니다. "오른쪽을 계산해서 그 값을 왼쪽 이름에 넣어라"라는 뜻이고, 이 명령에는 시간이 있습니다. 실행하기 전의 x 와 실행한 뒤의 x 가 다릅니다. x 가 3이었다면 실행 후에는 4가 됩니다.

수식에서 x=x+1x = x + 1 은 주장입니다. "왼쪽에 적은 것과 오른쪽에 적은 것이 같은 것을 가리킨다"라는 말이고, 여기에는 시간이 없습니다. 실행하기 전도 뒤도 없습니다. 그냥 그 문장이 참이냐 거짓이냐만 있습니다.

그리고 이 문장은 거짓입니다. 양쪽에서 xx 를 빼면 이렇게 됩니다.

0=10 = 1

xx 에 무엇을 넣어도 00 과 11 은 같아지지 않습니다. 즉 x=x+1x = x + 1 을 참으로 만드는 xx 는 하나도 없습니다.

여기서 두 가지가 따라 나옵니다.

첫째, 수식의 = 는 좌우를 바꿔 적어도 뜻이 같습니다. a=ba = b 와 b=ab = a 는 같은 말입니다. "aa 와 bb 가 같은 것을 가리킨다"라는 주장이니까요. 코드에서는 a = b 와 b = a 가 전혀 다른 명령이고, 왼쪽에는 이름만 올 수 있어서 3 = x 라고 쓰면 아예 에러가 납니다. 수학에서는 3=x3 = x 라고 적어도 됩니다.

둘째, 수식의 = 는 '지금 계산해서 값을 내라'는 신호가 아닙니다. 2+3=52 + 3 = 5 를 "2와 3을 더해서 5를 만들어라"로 읽으면 절반만 읽은 것입니다. 그 문장은 "2+32+3 이라고 적은 것과 55 라고 적은 것이 같은 수를 가리킨다"라는 주장입니다. 방향이 없습니다.

코드가 이미 둘을 갈라 두었다

사실 이 차이는 코드 쪽에서 먼저 인정하고 표기를 나눠 두었습니다. 넣으라는 명령은 = 이고, 같은지 묻는 것은 == 입니다.

적은 것 코드에서 하는 일 결과
x = x + 1 x에 x+1을 넣어라 x가 1 늘어난다
x == x + 1 둘이 같은지 묻는다 언제나 거짓

수학의 = 에 대응하는 것은 코드의 == 입니다. x == x + 1 이 언제나 거짓인 것과 x=x+1x = x + 1 이 거짓 등식인 것은 정확히 같은 사실이지요. 기호가 하나 더 붙었다는 것만 다릅니다.

그러니 수학책에서 = 를 만나면 머릿속에서 == 로 바꿔 읽는 것이 처음 한동안은 도움이 됩니다. "넣어라"가 아니라 "같은가"로 읽는 것입니다.

코드에도 주장의 등호가 있다

== 말고도 코드에서 주장을 적는 자리가 있습니다. assert 가 그렇습니다.

assert x == 4

이 줄은 아무것도 넣지 않습니다. "xx 가 4다"라는 주장이 참인지 묻고, 거짓이면 거기서 멈춥니다. 값을 만드는 줄이 아니라 값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적어 둔 줄입니다.

수학책의 등식이 하는 일이 바로 이것입니다. 유도의 한 줄 한 줄은 새 값을 만드는 명령이 아니라 "여기까지 오면 이것과 이것이 같다"라는 주장이고, 그 주장이 참인지를 읽는 사람이 따라가며 확인합니다.

이름을 한 번만 붙이는 언어

언어에 따라서는 한 번 붙인 이름을 다시 바꾸지 못하게 해 둡니다. 그런 언어에서 = 는 "넣어라"가 아니라 "이 이름은 이것이다"라는 약속에 가까워집니다. 그래서 그런 언어에서는 x = x + 1 이 아예 쓸 수 없는 줄이 됩니다 — 이름 x 를 자기 자신에 기대어 정의하는 꼴이 되니까요.

이 자리가 재미있는 것은, 그때의 = 가 아래에서 볼 수학의 정의와 정확히 같은 일을 한다는 점입니다. 같은 기호가 언어마다 명령이었다가 약속이었다가 합니다. 그러니 기호만 보고 뜻을 정하지 말고 어디에 적힌 기호인지를 먼저 봐야 합니다.

세 갈래로 가려 읽기

그런데 수학책의 = 가 전부 같은 무게를 갖는 것은 아닙니다. 세 갈래가 있고, 셋 다 똑같이 = 하나만 씁니다.

항등식·방정식·정의

항등식은 어떤 값을 넣어도 참인 등식입니다.

2(x+3)=2x+62(x + 3) = 2x + 6

xx 에 0을 넣으면 왼쪽이 2×3=62 \times 3 = 6, 오른쪽이 0+6=60 + 6 = 6. 1을 넣으면 왼쪽이 2×4=82 \times 4 = 8, 오른쪽이 2+6=82 + 6 = 8. 5를 넣으면 양쪽 다 16. 무엇을 넣어도 갈리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런 식은 계산 도중에 아무 때나 한쪽을 다른 쪽으로 바꿔 적을 수 있습니다.

방정식은 특정한 값에서만 참인 등식입니다.

2x+6=142x + 6 = 14

xx 에 0을 넣으면 왼쪽 6, 오른쪽 14로 갈립니다. 1을 넣으면 8과 14로 갈립니다. 4를 넣을 때만 양쪽이 14로 맞습니다. 그러니까 이 등식은 "이런 xx 가 있다"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조건을 적어 둔 것이고, 그 조건을 만족하는 xx 를 찾는 일이 흔히 말하는 '방정식을 푼다'입니다. 그 절차 자체는 16번 · 일차방정식과 이항의 몫이고, 지금은 갈래를 알아보는 데까지만 갑니다.

정의는 새 이름을 붙이는 등식입니다.

s=1+2+3s = 1 + 2 + 3

여기서 = 는 "ss 라는 이름을 오른쪽 것에 붙이겠다"라는 약속입니다. 참인지 거짓인지 따질 것이 없습니다. 약속이니까요. 수학책이 "ss 를 다음과 같이 두자"라거나 "ss 라 하자"라고 말한 뒤에 등식을 적었다면 그것은 정의입니다.

셋을 가르는 질문은 하나입니다. "글자 자리에 아무 수나 넣어도 참인가?" 그렇다면 항등식, 특정한 값에서만 그렇다면 방정식입니다. 그리고 애초에 넣어 볼 것이 없이 이름을 붙이는 자리면 정의입니다. 기호가 셋을 구별해 주지 않으므로 앞뒤 문장을 보고 가려야 합니다.

보이는 일과 푸는 일

갈래를 가려야 하는 이유는 분류가 취미여서가 아닙니다. 갈래마다 할 일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항등식 방정식
묻는 것 늘 참인가 언제 참인가
하는 일 양변을 같은 모양으로 만든다 글자만 한쪽에 남긴다
나오는 답 참이거나 거짓 값, 또는 없음

항등식 앞에서 "xx 를 구하라"는 물음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모든 xx 가 답이라 구할 것이 없으니까요. 반대로 방정식 앞에서 "양변이 같음을 보여라"는 물음도 성립하지 않습니다. 애초에 늘 같지는 않은 식이니까요.

그래서 등식 하나를 만나 손이 안 움직인다면, 계산을 못 해서가 아니라 갈래를 아직 안 정했기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기호로 갈래를 밝히는 관례

= 하나가 셋을 다 진다는 것이 불편하니, 갈래를 기호로 밝혀 두는 관례도 있습니다.

기호 읽는 법 쓰는 자리
:=:= 이렇게 정의한다 정의
≡\equiv 항상 같다 항등식

s:=1+2+3s := 1 + 2 + 3 이라고 적으면 "ss 를 이렇게 두겠다"가 기호에 드러나고, 2(x+3)≡2x+62(x+3) \equiv 2x + 6 이라고 적으면 "아무 값에서나 같다"가 드러납니다.

다만 이 표기는 굳어지지 않았습니다. 책마다 쓰기도 하고 안 쓰기도 하며, ≡\equiv 는 다른 뜻으로 쓰이는 분야도 있습니다. 우리 글도 = 하나만 씁니다. 대부분의 자리에서는 앞뒤 문장이 갈래를 이미 알려 주기 때문입니다 — 그래서 기호가 아니라 문맥을 읽는 습관이 먼저입니다.

갈래를 잘못 읽으면

갈래를 잘못 읽어도 계산은 굴러갑니다. 다만 끝에 이상한 줄이 나옵니다.

항등식 2(x+3)=2x+62(x+3) = 2x + 6 을 방정식으로 착각하고 xx 를 구해 봅니다. 왼쪽을 풀면 2x+6=2x+62x + 6 = 2x + 6 이고, 양변에서 2x+62x + 6 을 빼면 이렇게 됩니다.

0=00 = 0

xx 가 사라졌습니다. 이것은 "풀다가 망했다"가 아니라 "아무 xx 나 답이다"라는 신호입니다. 즉 그 식은 방정식이 아니라 항등식이었습니다.

반대쪽 신호도 있습니다. 4x+3=4x−24x + 3 = 4x - 2 를 풀면 양변에서 4x4x 를 빼 3=−23 = -2 가 나옵니다. 이번에는 거짓인 줄이 남았으니 참이 되는 xx 가 하나도 없다는 뜻입니다.

마지막에 남은 줄 뜻
x=4x = 4 처럼 값 하나 그 값에서만 참
0=00 = 0 처럼 참인 줄 아무 값이나 참 — 항등식이었다
3=−23 = -2 처럼 거짓인 줄 참인 값이 하나도 없다

풀다가 글자가 사라졌을 때 당황하지 않으려면 이 표 한 장이면 됩니다.

등호 사슬

수학책에서 이런 모양을 자주 봅니다.

2(x+4)+1=2x+8+1=2x+92(x + 4) + 1 = 2x + 8 + 1 = 2x + 9

등호가 두 번 나옵니다. 이것을 등호 사슬이라고 부르겠습니다. 사슬은 두 가지를 약속합니다.

하나, 이웃한 두 칸은 서로 같습니다. 2(x+4)+12(x+4)+1 과 2x+8+12x+8+1 이 같고, 2x+8+12x+8+1 과 2x+92x+9 가 같습니다.

둘, 그래서 맨 왼쪽과 맨 오른쪽도 같습니다. 2(x+4)+1=2x+92(x+4)+1 = 2x+9 입니다. 이것이 사슬을 쓰는 이유입니다. 처음 모양에서 마지막 모양으로 곧장 가기는 어렵지만, 한 번에 한 걸음씩이면 각 걸음이 맞는지 확인하기 쉽습니다.

등호 사슬이 약속하는 두 가지

여기서 조심할 것이 있습니다. 중간의 한 칸이 틀리면 사슬 전체가 무너집니다. 세 칸짜리 사슬에서 두 번째 칸이 잘못 적혔다면, 첫째와 둘째 사이도 틀리고 둘째와 셋째 사이도 틀립니다. 결론인 "맨 왼쪽 = 맨 오른쪽"도 보장되지 않습니다. 사슬이 길수록 이 위험은 커집니다.

그래서 사슬을 읽을 때 쓰는 확인 방법이 있습니다. 아무 숫자나 하나 넣어서 맨 왼쪽과 맨 오른쪽의 값을 비교하는 것입니다. 위 사슬에 x=1x = 1 을 넣어 봅니다.

  • 맨 왼쪽: 2(1+4)+1=2×5+1=112(1 + 4) + 1 = 2 \times 5 + 1 = 11
  • 맨 오른쪽: 2×1+9=112 \times 1 + 9 = 11

같습니다. x=3x = 3 을 넣으면 맨 왼쪽 2×7+1=152 \times 7 + 1 = 15, 맨 오른쪽 6+9=156 + 9 = 15. 역시 같습니다. 이렇게 값이 맞으면 사슬을 일단 믿고 넘어갑니다. 값이 갈리면 어딘가 틀린 것이 확실합니다. 어느 줄에서 틀렸는지 짚어 고치는 요령은 3번 · 손으로 푸는 습관에서 따로 다룹니다.

줄을 바꿔 적을 때

사슬이 길어지면 한 줄에 다 안 들어갑니다. 줄을 바꿔 적는데, 이때 등호를 다음 줄 맨 앞에 맞춰 세우는 것이 관례입니다.

2(x + 4) + 1
  = 2x + 8 + 1
  = 2x + 9

등호가 세로로 나란히 서면 어느 칸과 어느 칸이 같다고 주장하는지가 한눈에 보입니다. 반대로 등호를 앞 줄 끝에 남겨 두면 시선이 줄 오른쪽 끝에서 다음 줄 왼쪽 끝으로 크게 건너뛰어야 해서, 긴 유도에서는 읽는 자리를 자주 잃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적어 두면 왼쪽 여백이 통째로 비어 있어 각 줄에 "여기서 무엇을 했는지"를 메모해 두기도 좋습니다. 손으로 유도를 따라갈 때 이 여백이 실제로 쓸모가 있습니다.

긴 사슬은 잘라서 확인한다

칸이 다섯을 넘어가면 한 번에 확인하기가 벅찹니다. 그럴 때는 가운데를 잘라 사슬 둘로 나눕니다.

A=B=CA = B = C 와 C=D=EC = D = E 로 나누면, 각각을 따로 확인한 뒤 A=CA = C 와 C=EC = E 를 이어 A=EA = E 를 얻습니다. 사슬의 두 번째 약속을 두 번 쓰는 것이지요.

이렇게 나누면 확인해야 할 자리가 반으로 줄어듭니다. 숫자를 넣어 봤을 때 값이 갈리면 어느 반쪽에서 갈리는지 먼저 보고 그쪽만 다시 따져 보면 됩니다. 여섯 칸을 하나씩 훑는 것보다 훨씬 빠릅니다.

부등호가 섞인 사슬

사슬에 등호만 오는 것은 아닙니다. 부등호가 섞이기도 합니다.

a=b≤c=da = b \le c = d

이때 결론은 a≤da \le d 입니다. 등호로 이어진 칸들은 값을 그대로 옮겨 주고, 한 칸이라도 ≤\le 가 끼면 결론도 ≤\le 가 됩니다. 사슬의 결론은 가장 약한 고리를 따릅니다.

a≤b<ca \le b < c 처럼 ≤\le 와 << 가 섞이면 결론은 a<ca < c 입니다. 한 칸이라도 "확실히 작다"가 끼면 전체도 확실히 작아지니까요.

다만 방향이 엇갈리면 아무 결론도 안 나옵니다. a≤b≥ca \le b \ge c 로는 aa 와 cc 를 견줄 수 없습니다. 둘 다 bb 보다 작거나 같다는 것만 알 뿐이지요. 사슬을 이어 적으려면 방향이 한쪽으로 고른지부터 봅니다.

양변에 같은 일 하기

= 를 "양쪽이 같다"로 읽으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성질이 있습니다. 양팔저울이 균형을 이루고 있을 때, 양쪽 접시에 똑같은 무게를 얹으면 균형이 그대로입니다. 똑같은 무게를 덜어 내도 그대로입니다.

등식도 같습니다. a=ba = b 가 참이면 다음 넷도 참입니다.

  • 양변에 같은 수를 더한 것 — a+3=b+3a + 3 = b + 3
  • 양변에서 같은 수를 뺀 것 — a−3=b−3a - 3 = b - 3
  • 양변에 같은 수를 곱한 것 — a×3=b×3a \times 3 = b \times 3
  • 양변을 같은 수로 나눈 것 — a÷3=b÷3a \div 3 = b \div 3 (단 0으로는 나눌 수 없습니다)

앞에서 x=x+1x = x + 1 의 양변에서 xx 를 빼 0=10 = 1 을 얻은 것이 바로 이 성질을 쓴 것입니다. 그리고 이 넷이 방정식을 푸는 절차의 전부입니다. 그 절차로 굳히는 것은 16번 · 일차방정식과 이항의 몫이고, 지금은 "양변에 똑같은 일을 하면 등호가 그대로"라는 문장 하나만 챙겨 두면 됩니다.

되돌릴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양변에 해도 되는 일이 전부 같은 값어치를 갖지는 않습니다. 되돌아올 수 있느냐에서 갈립니다.

되돌릴 수 있는 조작과 되돌릴 수 없는 조작

3을 더했으면 3을 빼서 돌아옵니다. 3을 곱했으면 3으로 나눠 돌아옵니다. 이런 조작은 앞뒤로 자유롭게 오갈 수 있으니 유도 중에 마음 놓고 씁니다.

제곱은 다릅니다. a=ba = b 가 참이면 a2=b2a^2 = b^2 도 참입니다. 여기까지는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거꾸로는 안 됩니다 — a2=b2a^2 = b^2 이라고 해서 a=ba = b 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a=2a = 2, b=−2b = -2 가 그 예입니다. 제곱하면 둘 다 4로 같아지지만 원래 둘은 다른 수였지요.

그래서 제곱은 한쪽 방향으로만 통하는 조작입니다. 등식을 푸는 도중에 쓰면 원래 없던 답이 딸려 들어올 수 있고, 그것을 걸러 내려면 마지막에 원래 식에 넣어 확인해야 합니다.

0을 곱하면

되돌릴 수 없는 조작 가운데 가장 극단적인 것이 0을 곱하는 것입니다. x=5x = 5 의 양변에 0을 곱해 봅니다.

0×x=0×5→0=00 \times x = 0 \times 5 \quad \to \quad 0 = 0

등호는 지켜졌는데 xx 에 대한 정보가 통째로 사라졌습니다. 0=00 = 0 은 참이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참이지요. 처음 식이 x=5x = 5 였는지 x=100x = 100 이었는지 이제 알 길이 없습니다.

여기서 배울 것은 이것입니다. "양변에 같은 일을 하면 등호가 유지된다"는 말은 맞지만, 유지된 등호가 처음과 같은 것을 말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나누기에서 0을 제외해 두는 것도 같은 문제의 반대쪽입니다 — 0으로 나누는 것은 사라진 정보를 되살리려는 꼴이라 아예 금지해 둡니다.

씌우는 것도 같은 일이다

더하기·곱하기만 양변에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양쪽에 똑같은 무언가를 씌우는 것도 전부 같은 성질입니다.

a=ba = b 가 참이면 a2=b2a^2 = b^2 도, ∣a∣=∣b∣|a| = |b| 도 참입니다. 같은 것에 같은 일을 했으니 결과도 같을 수밖에 없지요. 나중에 배우는 로그 같은 조작도 정확히 이 자리에 섭니다.

그러니 외울 것은 조작의 목록이 아니라 문장 하나입니다 — 같은 것에 같은 일을 하면 결과도 같다. 갈림은 앞 소절에서 본 되돌아올 수 있느냐에서만 생깁니다.

등호를 닮은 기호 넷

마지막으로, = 근처에 서 있어서 헷갈리기 쉬운 기호 넷을 갈라 둡니다. 넷 다 = 가 아니고, 주장하는 것이 각각 다릅니다.

근사와 비례

π≈3.14\pi \approx 3.14

≈\approx 는 "거의 같다"입니다. 같다고 주장하지 않는 것이 요점입니다. π\pi 와 3.143.14 는 다른 수이고, 다만 쓸 만큼 가깝다는 말입니다. 그러니 ≈\approx 로 이어진 줄에서는 위의 사슬 약속이 그대로 통하지 않습니다 — 근사를 여러 번 이으면 어긋남이 쌓입니다.

y∝xy \propto x

∝\propto 는 "비례한다"입니다. 이것도 두 값이 같다는 말이 아닙니다. y=kxy = kx 가 되는 상수 kk 가 있다는 주장이지요. 원의 둘레가 지름에 비례한다고 할 때, 둘레와 지름이 같다는 뜻이 아니라 둘의 비가 늘 고정이라는 뜻입니다.

따름과 동치

⇒\Rightarrow 와 ⟺\Longleftrightarrow 는 앞의 둘과 성격이 아예 다릅니다. 값 사이의 관계가 아니라 문장 사이의 관계이기 때문입니다.

x=2  ⟹  x2=4x = 2 \;\Longrightarrow\; x^2 = 4

"x=2x = 2 가 참이면 x2=4x^2 = 4 도 참이다"라고 읽습니다. 앞이 뒤를 부르는 한 방향짜리 주장입니다. 실제로 반대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 x2=4x^2 = 4 라고 해서 x=2x = 2 라는 보장이 없고, x=−2x = -2 일 수도 있으니까요.

⟺\Longleftrightarrow 는 양쪽이 서로를 부를 때 씁니다.

x=2  ⟺  3x=6x = 2 \;\Longleftrightarrow\; 3x = 6

이쪽은 어느 쪽에서 출발해도 상대가 따라 나옵니다. 방정식을 푸는 각 걸음이 ⟺\Longleftrightarrow 로 이어져야 답이 늘지도 줄지도 않습니다 — 앞 소절의 제곱이 위험했던 이유가 정확히 그 걸음만 ⇒\Rightarrow 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를 =로 적지 않는다

마지막은 기호가 아니라 흔한 실수 하나입니다. 방정식을 풀면서 이렇게 적는 일이 있습니다.

3x=12=x=43x = 12 = x = 4

읽는 사람 머릿속의 뜻은 "3x=123x = 12 이므로 x=4x = 4" 입니다. 그런데 적힌 것은 사슬이고, 사슬은 이웃한 칸이 서로 같다고 약속합니다. 그 약속대로 읽으면 1212 와 xx 가 같고, 3x3x 와 44 가 같다는 말이 됩니다. 둘 다 사실이 아닙니다.

무엇이 무너지는지도 분명합니다. 사슬의 두 번째 약속을 쓰면 맨 왼쪽과 맨 오른쪽이 같아야 하므로 3x=43x = 4 가 나오는데, 이것은 우리가 방금 구한 x=4x = 4 와 어긋납니다.

바르게 적는 길은 둘입니다.

  • 줄을 나누고 말로 잇는다 — "3x=123x = 12 이므로 x=4x = 4 입니다."
  • 기호로 잇는다 — 3x=12  ⟺  x=43x = 12 \;\Longleftrightarrow\; x = 4

「같다」와 「따라서」는 다른 말이고, = 는 앞의 것만 뜻합니다. 유도가 잘 읽히지 않을 때 이 자리를 의심하면 꽤 자주 걸립니다.

연습 문제

연습 1 — 세 갈래로 가르기

다음 열 줄이 항등식인지 방정식인지 정의인지 가르세요. 판단이 서지 않으면 글자 자리에 0과 1과 2를 차례로 넣어 보세요.

  1. x+x=2xx + x = 2x
    항등식. 0을 넣으면 0과 0, 1이면 2와 2, 2면 4와 4입니다.
  2. x+3=7x + 3 = 7
    방정식. 4일 때만 참입니다.
  3. p=2(a+b)p = 2(a + b)
    정의. 직사각형의 둘레를 pp 라 할 때 적는 등식으로, pp 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4. 2(x+1)=2x+22(x + 1) = 2x + 2
    항등식.
  5. 5x=205x = 20
    방정식. 4일 때만 참입니다.
  6. x×1=xx \times 1 = x
    항등식.
  7. x+4=xx + 4 = x
    방정식 — 다만 참이 되는 xx 가 하나도 없습니다. 조건을 적어 둔 것은 맞지만 그 조건을 만족하는 수가 없는 경우이고, 이런 것도 방정식입니다.
  8. s=1+2+3+4s = 1 + 2 + 3 + 4
    정의.
  9. 2x+6=4x2x + 6 = 4x
    방정식. 3일 때만 참입니다 — 양쪽 다 12입니다.
  10. 3+x=x+33 + x = x + 3
    항등식.

연습 2 — 마지막 줄 읽기

다음 넷을 풀어 마지막에 남는 줄을 적고, 그 줄이 무엇을 뜻하는지 한마디로 적으세요.

  1. 3x+2=113x + 2 = 11
    3x=93x = 9 에서 x=3x = 3. 값 하나가 남았으니 그 값에서만 참입니다.
  2. 4(x+1)=4x+44(x + 1) = 4x + 4
    왼쪽을 풀면 4x+4=4x+44x + 4 = 4x + 4 이고 양변을 빼면 0=00 = 0. 아무 값이나 참이므로 항등식이었습니다.
  3. 2x+5=2x−12x + 5 = 2x - 1
    양변에서 2x2x 를 빼면 5=−15 = -1. 거짓인 줄이 남았으니 참이 되는 xx 가 없습니다.
  4. 5(x−2)=5x−105(x - 2) = 5x - 10
    왼쪽을 풀면 5x−10=5x−105x - 10 = 5x - 10 이고 양변을 빼면 0=00 = 0. 항등식입니다.

연습 3 — 등호 사슬 확인하기

다음 사슬 다섯 개에 괄호 안의 숫자를 넣어, 맨 왼쪽과 맨 오른쪽의 값이 정말 같은지 확인하세요.

  1. 3(x+2)+4=3x+6+4=3x+103(x + 2) + 4 = 3x + 6 + 4 = 3x + 10  (x=2x = 2)
    맨 왼쪽 3×4+4=163 \times 4 + 4 = 16, 맨 오른쪽 6+10=166 + 10 = 16. 같습니다.
  2. 5x−2x+7=3x+75x - 2x + 7 = 3x + 7  (x=2x = 2)
    맨 왼쪽 10−4+7=1310 - 4 + 7 = 13, 맨 오른쪽 6+7=136 + 7 = 13. 같습니다.
  3. 4(x+1)−4=4x+4−4=4x4(x + 1) - 4 = 4x + 4 - 4 = 4x  (x=3x = 3)
    맨 왼쪽 4×4−4=124 \times 4 - 4 = 12, 맨 오른쪽 1212. 같습니다.
  4. (x+1)+(x+2)=2x+3(x + 1) + (x + 2) = 2x + 3  (x=5x = 5)
    맨 왼쪽 6+7=136 + 7 = 13, 맨 오른쪽 10+3=1310 + 3 = 13. 같습니다.
  5. 3(x+2)−1=3x+2−1=3x+13(x + 2) - 1 = 3x + 2 - 1 = 3x + 1  (x=1x = 1)
    맨 왼쪽 3×3−1=83 \times 3 - 1 = 8, 맨 오른쪽 3+1=43 + 1 = 4. 갈립니다. 이 사슬은 어딘가 틀렸습니다. 숫자 하나로 그 사실이 확실해졌다는 것이 지금 얻은 전부이고, 어느 칸이 틀렸는지 짚어 고치는 것은 3번에서 합니다.

5번에서 보듯 값이 갈리면 틀린 것이 확실합니다. 반대로 값이 맞았다고 사슬이 맞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우연히 그 숫자에서만 맞았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숫자를 하나만 넣지 않고 0과 1과 2를 차례로 넣어 봅니다.

연습 4 — 사슬의 결론 넷

다음 사슬에서 맨 왼쪽과 맨 오른쪽을 견줄 수 있는지, 있다면 어떤 기호로 이어지는지 적으세요.

  1. a=b<c=da = b < c = d
    a<da < d. 한 칸에 << 가 끼었으므로 결론도 << 입니다.
  2. a≤b≤ca \le b \le c
    a≤ca \le c.
  3. a<b≤ca < b \le c
    a<ca < c. << 와 ≤\le 가 섞이면 결론은 << 입니다.
  4. a≥b≤ca \ge b \le c
    견줄 수 없습니다. 방향이 엇갈려 aa 와 cc 의 순서를 알 길이 없습니다.

연습 5 — 기호 고르기 다섯

==, ≈\approx, ∝\propto, ⇒\Rightarrow, ⟺\Longleftrightarrow 중 알맞은 것을 고르고 이유를 한 줄 적으세요.

  1. 2\sqrt{2} 와 1.4141.414 사이
    ≈\approx. 두 수는 다르고 다만 가깝습니다.
  2. "정사각형의 둘레"와 "한 변의 길이" 사이의 관계
    ∝\propto. 둘레는 한 변의 4배이므로 비가 4로 고정입니다. 값이 같다는 말은 아닙니다.
  3. x=7x = 7 과 2x=142x = 14 사이
    ⟺\Longleftrightarrow. 어느 쪽에서 출발해도 상대가 따라 나옵니다.
  4. x=−3x = -3 과 x2=9x^2 = 9 사이
    ⇒\Rightarrow. 앞에서 뒤는 나오지만, x2=9x^2 = 9 에서는 x=3x = 3 일 수도 있어 뒤에서 앞은 안 나옵니다.
  5. 4x=204x = 20 다음 줄에 x=5x = 5 를 적을 때, 두 줄을 == 하나로 이어도 되는지
    안 됩니다. 이으면 4x4x 와 55 가 같다는 주장이 되어 버립니다. ⟺\Longleftrightarrow 로 잇거나 줄을 나누고 "이므로"라고 적습니다.

정리

  • 코드의 = 는 넣으라는 명령이고, 수식의 = 는 양쪽이 같다는 주장입니다. 수학의 = 에 대응하는 것은 코드의 == 이고, 그래서 x=x+1x = x + 1 은 코드에서는 매일 쓰는 줄이지만 수식으로는 참이 되는 xx 가 없는 거짓 등식입니다.
  • 같은 = 가 세 갈래로 쓰입니다 — 어떤 값에서도 참인 항등식, 특정한 값에서만 참인 방정식, 새 이름을 붙이는 정의. 갈래마다 할 일이 다르고, 풀다가 0=00=0 이나 4=04=0 이 남았다면 그것이 갈래를 알려 주는 신호입니다.
  • 등호 사슬은 이웃한 칸끼리 같다는 약속이고, 그 결과 맨 왼쪽과 맨 오른쪽이 같습니다. 중간 한 칸이 틀리면 전체가 무너지고, 부등호가 섞이면 결론은 가장 약한 고리를 따릅니다.
  • 양변에 똑같은 일을 하면 등호는 유지되지만, 유지된 등호가 처음과 같은 것을 말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제곱처럼 되돌아올 수 없는 조작과 0을 곱하는 것이 그 자리입니다.
  • = 를 닮았지만 다른 기호가 넷 있습니다 — ≈\approx 는 가깝다, ∝\propto 는 비가 고정이다, ⇒\Rightarrow 와 ⟺\Longleftrightarrow 는 값이 아니라 문장 사이의 관계입니다. 「따라서」를 = 로 적지 않습니다.

이제 = 양쪽에 놓인 식 하나를 읽을 차례입니다. 2+3×42 + 3 \times 4 는 14일까요, 20일까요. 다음 글이 기호 여럿이 한 식에 놓였을 때 무엇을 먼저 하는지를 정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LATEST

수학의 최신 글

수학2026.09.07

양자화 오차: 격자 사상, 오차 분산, 이상치 채널

실수를 2^b개 격자에 사상할 때 오차의 분산이 왜 Δ²/12인지 유도하고, 그것이 비트당 6.02dB라는 SNR로 번역되는 과정을 실측과 대조했습니다. 이상치 하나가 나머지 값의 유효 비트를 어떻게 먹는지, 그리고 int4에서 성능이 무너지는 지점을 오차 예산으로 미리 계산하는 법까지.

중급18 MIN
수학2026.09.07

수치적으로 안정한 계산 패턴 모음

최댓값 빼기, 로그 공간, log1p·expm1, 분산의 두 공식, 정규화의 ε, fp32 누산, 역행렬 대신 solve — 프레임워크가 몰래 해 주는 일곱 가지를 하나씩 꺼내 각각 어떤 고장을 막는지 직접 재 봤습니다. 수식을 그대로 옮긴 코드가 왜 라이브러리보다 나쁜지에 대한 목록입니다.

중급22 MIN
수학2026.09.07

부동소수점은 어디서 새는가: 반올림, 상쇄, 더하는 순서

0.1 + 0.2가 0.3이 아닌 이유부터 시작해 머신 엡실론을 유도하고, 같은 16비트인데 fp16과 bf16이 서로 다른 지점에서 터지는 이유, 비슷한 수를 뺄 때 유효자리가 사라지는 파괴적 상쇄, 그리고 1,000만 개를 순서만 바꿔 더했을 때 오차가 백만 배 갈리는 실험까지 직접 재 봤습니다.

중급23 MIN